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료 대상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다양한 소화기 질환 및 소화기 외 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모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자를 치료하려는 의사들도 있습니다. 학계에서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로 얻는 건강상의 이득이 상대적으로 큰 대상군을 치료 적응증으로 제시하며, 연구가 누적되면서 이 적응증은 계속 업데이트되고 있습니다.
1. 소화성 궤양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
위, 십이지장 궤양을 합쳐 소화성 궤양이라고 부릅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소화성 궤양의 원인이 되므로, 내시경에서 소화성 궤양이 발견되면 반드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감염 여부에 대해 확인하게 됩니다.
만약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한 제균 치료가 이뤄지지 않으면 소화성 궤양이 치유되지 않기도 하므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한 검사와 제균 치료는 소화성 궤양의 예방과 치료 모두에 중요합니다.
2. 위 MALT (mucosa associated lymphoid tissue) 림프종
림프종은 림프 조직에 생기는 악성 종양으로, 원래 위에는 림프 조직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감염되어 만성 위염이 발생하면, 이에 대한 반응으로 MALT가 형성되고, 여기서 생겨난 종양을 MALT 림프종이라고 부릅니다.
이 질환의 발병 원인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이므로, 악성 종양이지만 항생제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제균 치료하는 것만으로도 종양이 완치되기도 합니다.
3. 조기 위암, 위선종의 내시경적 절제술 후
조기 위암과 위암의 전 단계인 위선종 (gastric adenoma)를 내시경 시술로 절제한 이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대한 제균 치료를 하는 것은 다른 부위에 암이 생기는 것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습니다.
4.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idiopathic thrombocytopenic purpura, immune thrombocytopenic purpura, ITP)
혈소판은 혈액에 있는 세포의 일종으로 상처가 났을 때 지혈해 주는 역할을 합니다.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 혹은 면역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ITP)은 자가면역질환으로 혈소판이 파괴되어 비정상적인 출혈을 유발하는 질환입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몇 가지 면역학적 기전을 통해 ITP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제균 치료가 이 질환을 호전시킬 수 있습니다.
5. 철 결핍성 빈혈 (철분 결핍 빈혈)
철분이 부족하면 빈혈이 생깁니다. 음식에 포함된 철분이 흡수되기 위해서는 위산에 의해 형성되는 낮은 산도 (pH)와 아스코르빈산(비타민 C)이 필요합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되면 위산의 분비가 저하되고, 위액 내 아스코르빈산의 농도가 감소하여 철분의 흡수 장애를 유발함으로써 철 결핍성 빈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된 철 결핍성 빈혈 환자에서 제균 치료 이후 빈혈의 호전이 있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6. 기능성 소화불량(functional dyspepsia)
기능성 소화불량은 소화성 궤양 등 기질적 질환이 없으면서 식후 위 내에 음식이 계속 남아있는 것 같은 느낌, 식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배가 부른 느낌, 상복부 통증 및 쓰림 등의 위장관 증상이 만성적,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기능성 소화불량을 동반하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을 가지고 있는 환자에서 제균 치료를 할 경우 증상의 개선이 있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치료 1년이 지난 이후에 증상의 개선이 나타날 수도 있으므로, 치료 후 바로 효과가 없다고 낙심하지 말고 기다려보시기를 바랍니다.
7. 만성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는 위암의 발생을 예방해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위암의 전 단계인 만성 위축성 위염과 장상피화생이 있는 환자들만 놓고 봤을 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가 이들에서 위암을 예방해 줄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나지는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나 상당수 의사들은 이들이 위암의 전구 병변이고,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이들 질환을 유발하고 악화시키므로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2024.6월 현재 기준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는 만성 위축성 위염 환자에 제균 치료제를 처방할 경우에, 100% 환자 본인 부담으로 하도록 합니다.
8. 소화성 궤양의 과거력이 있으면서 저용량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해야 하는 환자
심장, 뇌혈관 질환 등으로 인해 혈전을 억제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장기 복용해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스피린은 위 점막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프로스타글란딘이라는 물질의 생성을 억제하고, 지혈에 필요한 혈소판이라는 혈액 세포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위점막의 손상에 이은 위 출혈을 유발합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위의 염증을 유발함으로써 아스피린으로 인한 위 출혈의 위험을 더 높이게 되므로, 아스피린을 장기간 복용해야 하는 환자가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에 감염되어 있다면 제균 치료를 받을 것을 권장합니다.
9. 위암의 가족력이 있는 경우
위암의 직계 가족력은 위암의 주요 위험인자입니다.
따라서 위암의 직계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있다면 제균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합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료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양성자펌프억제제(proton pump inhibitor), 항생제, 비스무트 (bismuth) 등의 약제를 조합하여 7~14일 동안 복용하여 치료합니다.
기본적인 치료제의 구성에서 clarithromycin이라는 항생제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만, 우리나라는 clarithromycin에 대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항생제 내성률이 높습니다. 따라서 최근에는 PCR 검사를 이용하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clarithromycin에 대한 항생제 내성 여부를 확인한 이후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과정
- 내시경을 이용하여, 혹은 비 내시경적 방법으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이 진단됨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검사법은 링크 참조)
- clarithromycin 내성 검사 시행 혹은 미시행 후 7-14일간 1차 제균 치료
- 1차 제균 치료가 종료된 지 4주 이상 지나면, 요소 호기 검사를 하여 완치 여부를 확인함
- 요소 호기 검사 양성, 즉 제균 실패 시 2차 제균 치료.
- 2차 제균 치료가 종료된 지 4주 이상 지나면, 요소 호기 검사를 하여 완치 여부를 확인함
- 요소 호기 검사 양성, 즉 제균 실패 시 3차 제균 치료.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비용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비용은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는 경우와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경우 각각 환자 부담 금액이 다릅니다.
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료제’에 나오듯 다양한 조합 중 어떤 것을 처방받느냐에 따라서도 약값이 달라질 것이므로, 일률적으로 가격이 얼마라고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1차 제균 치료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조합으로 14일분을 처방받는다고 가정하면,
2024년 6월 건강보험 수가 기준으로, 약국에 지불하는 조제료를 포함하여 급여 적용 시 24,000원대, 100% 본인 부담으로 약을 복용하게 될 경우 73,000원대 전후로 예상됩니다.
어떤 환자에게 급여를 적용하느냐, 100% 본인 부담으로 약을 복용하게 하느냐는 병원이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공단에서 정한 기준을 따르게 됩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는 건강보험 급여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요양 급여가 적용되는 경우 |
소화성 궤양
조기 위암 절제술 후 저등급 MALT(Mucosa Associated Lymphoid Tissue) 림프종 특발성 혈소판 감소성 자반증(idiopathic thrombocytopenic purpura) 위선종의 내시경절제술 후 |
약제비의 100%를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 |
위축성 위염
위암 가족력[부모, 형제, 자매(first degree)의 위암까지] 기타 진료상 제균요법이 필요하여 환자가 투여에 동의한 경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pylori) 감염이 음성인 저등급 MALT(Mucosa Associated Lymphoid Tissue) 림프종 환자에게 제균요법으로 투여하는 경우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의 부작용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치료 시 다량의 항생제를 복용하게 되므로, 이와 연관된 소화기계 부작용이 가장 흔합니다.
오심, 구토, 설사, 입에서 쓴맛이 나는 증상 등이 종종 있으며, 가끔은 이들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다수의 환자는 치료를 중단할 정도로 심한 부작용을 겪지는 않습니다.
그 외에 약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 발진, 쇼크 등을 경험할 수 있어, 투약 전 약물 알레르기의 과거력이 있다면 의사에게 알리셔야 합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와 식품
일부 식품들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활동을 억제하고, 위염을 줄여줄 수 있다는 보고들이 있습니다.
그 식품들을 열거하기에 앞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홍삼만 드셔서, 요구르트만 매일 마시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죽어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현재까지 그 어떤 식품도 약을 대체할 수 있는 제균 효능을 입증한 바가 없습니다.
언론 매체에서도 보셨을, 열거할 식품들은 일부 소규모 임상 시험 혹은 실험실에서 이뤄진 연구에서 성과가 있었던 것인데, 그 성과도 위에 설명한 제균 치료의 성공률을 높이는 데 기여하였다는 등이지, 그 식품 만으로 제균을 성공시켰다는 게 아닙니다.
제균 치료 시 성공률을 높이는 데 약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구나, 위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겠구나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됩니다.
브로콜리 싹 추출물, 크랜베리주스, 유산균
계피 추출물, 로즈마리, 울금, 핑거루트, 육두구, 생강, 감초, 녹차 홍삼, 오메가 3, 김치, 마늘 |
참고문헌
Evidence-Based Guidelines for the Treatment of Helicobacter pylori Infection in Korea: 2020 Revised Edition